
이미지 출처: 알라딘
2026년 7월 9일, 대교에서 막 나온 이야기
「별의 아이」는 2026년 7월 9일 대교에서 출간된 신간입니다. 지은이는 클레어 A. 니볼라, 우리말로 옮긴 사람은 이상희, 정가는 18,000원입니다. 서점에 올라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책이라 독자들의 감상이 아직 쌓이기 전이지만, 소개 문구만 읽어도 이 책이 어떤 자리를 노리고 있는지는 꽤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출발점은 머나먼 우주입니다. 별아이 하나가 지구에 가겠다고 마음먹고, 인간으로 태어나기를 바라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판타지의 문법으로 문을 열지만 그 문 너머에서 펼쳐지는 것은 모험담이 아닙니다. 탄생에서 죽음까지, 인간이라면 누구나 통과하는 구간을 처음부터 끝까지 따라가는 구성입니다.
탄생부터 죽음까지를 한 권 안에 담겠다는 건 작은 야심이 아닙니다. 게다가 그것을 아이도 읽을 수 있는 이야기로 하겠다는 건 더 큰 야심이고요. 「별의 아이」는 그 두 가지를 동시에 하겠다고 말하는 책이고, 그래서 신간 목록에서 한 번 더 눈이 가는 자리에 놓입니다.
지구에 가고 싶다고 말한 별
설정은 단순하지만 방향은 흔치 않습니다. 보통 이런 소재는 '별에서 온 존재가 지구를 낯설게 바라본다'는 쪽으로 흘러가기 쉬운데, 「별의 아이」는 별아이의 소원 자체를 인간이 되는 일에 둡니다. 지구를 구경하러 오는 것이 아니라, 인간으로 태어나 살고 싶다는 바람이 이야기 전체의 동력입니다.
그래서 이 책이 보여주는 건 외계에서 본 지구의 신기함이 아니라 인간의 한살이 그 자체입니다. 태어나고, 자라고, 관계를 맺고, 나이 들고, 결국 떠나는 과정. 별아이가 그토록 원해서 얻어낸 것이 무엇이었는지를 독자가 함께 따라가게 만드는 구조입니다. 소원의 대상이 곧 우리가 매일 무심히 살아내고 있는 평범한 삶이라는 점에서, 이 이야기는 시작부터 독자를 은근히 돌아세웁니다. 간절히 바라서 얻은 것을 정작 당사자는 당연하게 여기고 있다는 사실을, 굳이 지적하지 않고 보여주는 방식이니까요.
결말이 어떻게 매듭지어지는지는 직접 읽는 편이 좋습니다. 다만 이 책이 죽음을 이야기의 끝에 두고 있다는 점은 소개 문구에도 분명히 밝혀져 있으니, 그 사실 자체는 알고 펼쳐도 손해가 없습니다.
고요하고 담담한 어조라는 선택
이 책을 설명할 때 빠지지 않는 표현이 '아주 고요하고 담담한 어조'입니다. 탄생과 죽음을 다루는 이야기에서 이 선택은 생각보다 큰 차이를 만듭니다. 같은 소재라도 감정을 앞세우면 독자를 울리는 데는 성공하지만, 정작 생각할 여백은 사라지기 쉽습니다.
담담한 어조는 반대로 작동합니다. 서술자가 감정을 크게 쓰지 않으니, 어디에서 마음이 움직일지는 독자가 정하게 됩니다. 죽음을 슬픈 사건으로 미리 규정해 놓고 시작하는 대신, 삶의 한 국면으로 조용히 놓아두는 방식이죠. 아이에게 죽음을 설명해야 하는 상황에서 어른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지점이 바로 이 온도 조절인데, 이 책은 그 조절을 문체 차원에서 미리 해두고 있는 셈입니다.
문장이 조용하면 독자는 자기 속도로 읽게 됩니다. 급하게 몰아붙이는 대목이 없으니 한 장면에서 오래 머물러도 이야기가 무너지지 않고, 읽다가 멈춰서 옆 사람에게 말을 걸어도 흐름이 끊기지 않습니다. 함께 읽는 책으로서는 이 여백이 꽤 실용적인 장점입니다.
아이의 질문과 어른의 질문이 겹치는 자리
소개 문구는 '아이부터 어른까지 모두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 말합니다. 이런 말은 흔히 마케팅 수사로 쓰이지만, 이 책의 경우에는 구조에서 근거를 찾을 수 있습니다. 나는 어디서 왔을까, 왜 태어났을까, 죽으면 어떻게 될까 — 이 질문들은 아이가 어느 날 갑자기 던지는 질문이면서 동시에 어른이 평생 답을 미뤄 둔 질문이기도 합니다.
보편적인 이야기를 택했다는 건 특정 시대나 문화의 디테일에 기대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인물의 국적이나 직업 같은 정보가 전면에 나오지 않을수록 독자는 자기 삶을 그 자리에 대입하기 쉬워집니다. 같은 페이지를 두고 일곱 살과 마흔 살이 완전히 다른 것을 읽어낼 수 있는 책, 그러면서 서로의 감상을 나눌 수 있는 책. 이 책이 겨냥하는 자리가 거기입니다.
번역서에서 어조는 옮긴이의 몫이 큽니다. 담담함이라는 건 원문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조사 하나, 어미 하나에서 온도가 갈리는 문제라서요. 이상희가 옮긴이로 이름을 올렸다는 점은 그래서 이 책을 고를 때 함께 눈여겨볼 정보입니다.
이 책을 펼쳐볼 만한 사람
아이에게 태어남과 죽음을 어떻게 말해줘야 할지 막막했던 보호자라면 우선 후보에 올려둘 만합니다. 설명 대신 이야기를 건네는 방식이고, 어조가 차분해서 읽어주는 쪽도 부담이 덜합니다. 반대로 아이 없이 혼자 읽어도 충분히 성립하는 책입니다. 한 사람의 일생을 처음부터 끝까지 요약하는 이야기는, 결국 지금 내 삶의 어느 지점을 짚어보게 만드니까요.
18,000원이라는 가격은 한 번 읽고 덮을 책에는 부담스러울 수 있습니다. 다만 이런 종류의 이야기는 대체로 오래 두고 여러 번 꺼내 보는 쪽에 가깝습니다. 아이가 자라면서 같은 책을 다시 읽었을 때 전혀 다른 문장이 걸리는 경험, 그게 이 책이 노리는 수명이라고 보는 편이 맞겠습니다.
2026년 7월에 막 나온 책이라 서점에서 찾기는 어렵지 않을 겁니다. 별에서 지구로 오고 싶어 한 아이가 무엇을 얻었고 무엇을 두고 갔는지, 그 조용한 문장들을 직접 확인해 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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