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지 출처: 알라딘
왜 지금 박상영의 이름이 다시 놓이는가
2026년 7월 22일, 래빗홀에서 박상영의 장편소설 《지푸라기 왕관을 쓴 여자》가 나온다. 정가 18,800원. 짧은 서지 정보만 놓고 보면 여느 신간과 다를 바 없어 보이지만, 이 책에는 한 작가가 지나온 10년이라는 시간이 얹혀 있다. 박상영은 2016년 문학동네신인상에 단편소설 〈패리스 힐튼을 찾습니다〉가 당선되며 문단에 처음 이름을 올렸다. 그로부터 정확히 10년째가 되는 해에 내놓는 장편이 바로 이 작품이다. 등단작의 제목과 이번 장편의 제목을 나란히 놓아 보면 한 사람의 이름에서 다른 한 사람의 이름으로 관심이 옮겨 간 셈이지만, 그 사이에는 꼬박 10년의 문장이 놓여 있다.
그래서 이 소설의 출간은 단순한 신간 소식이 아니라 하나의 매듭처럼 읽힌다. 데뷔 10년이라는 시점은 작가에게도, 그를 따라온 독자에게도 특별한 지점이다. 그동안 어떤 문장을 지나왔고 무엇을 향해 왔는지가 한 권의 장편으로 모이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단편으로 시작한 작가가 10년을 채우며 긴 이야기 한 편을 완성해 내놓는다는 사실 자체가, 그가 걸어온 궤적을 되짚게 만든다. 아직 서점에 깔리지 않은 지금, 이 책이 먼저 화제가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푸라기 왕관’이라는 제목을 오래 들여다보게 되는 이유
제목부터 시선을 붙든다. 왕관은 권위와 승리, 정점의 상징이다. 그런데 그 앞에 ‘지푸라기’가 붙는 순간, 상징은 곧장 흔들린다. 값비싼 금속도 보석도 아닌, 밟히고 흩어지고 불에 쉽게 타버리는 지푸라기로 엮은 왕관. 왕관이 지닌 단단함과 영속성의 이미지가 지푸라기라는 재료의 약함과 일시성 앞에서 뒤집힌다. 게다가 그것을 ‘쓴 여자’다. 화려함과 초라함, 위엄과 위태로움이 한 단어 안에서 부딪힌다.
제목만으로 결말이나 줄거리를 단정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이 소설이 무엇을 응시하려는지에 대한 실마리는 분명하게 던진다. 하나는 겉으로 무언가를 이룬 것처럼 보이지만 그 토대가 지푸라기처럼 허술한 자리에 대한 이야기이고, 다른 하나는 남들이 하찮게 여기는 재료로도 끝내 자기만의 왕관을 엮어내려는 한 사람의 안간힘에 대한 이야기다. 이 두 갈래의 해석은 서로 반대편을 향하는 듯하면서도 ‘지푸라기 왕관’이라는 한 이미지 안에서 겹쳐 있다. 그 겹침 사이에서 이야기가 어디로 향할지 궁금하게 만드는, 잘 벼려진 제목이다.
단편의 작가에서, 장편의 호흡으로
박상영은 짧은 소설에서 먼저 인정받은 작가다. 데뷔작이 단편이었고, 이후 젊은작가상 대상을 받으며 동시대 단편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 신동엽문학상과 허균문학작가상 수상 이력 역시 그가 쌓아온 문학적 신뢰를 보여준다. 이렇게 성격이 다른 상들을 나란히 놓고 보면, 그의 이름 자체가 작품을 고르는 하나의 기준이 되어왔음을 짐작할 수 있다. 어느 한 상이 아니라 여러 상을 거쳐 왔다는 점은, 그의 문장이 특정한 취향 하나에만 닿는 것이 아님을 말해 준다.
그런 작가가 장편이라는 더 긴 호흡의 그릇을 택했다는 점은 눈여겨볼 만하다. 단편이 한 장면을 날카롭게 벼려내는 형식이라면, 장편은 인물이 시간을 견디고 관계가 서서히 무너지거나 자라나는 과정을 담아낸다. 짧은 소설에서 한 순간의 감정을 벼려내던 감각은, 여러 장을 가로지르는 긴 이야기 안에서는 인물의 변화와 시간의 무게를 감당하는 힘으로 옮겨 가야 한다. 《지푸라기 왕관을 쓴 여자》가 그 긴 궤적 위에서 한 인물의 삶을 어떻게 끌고 갈지는, 책장을 직접 넘겨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래빗홀에서 건네는, 2026년 7월의 한 권
출간을 맡은 곳은 래빗홀이다. 출간일은 2026년 7월 22일, 정가는 18,800원으로 요즘 나오는 국내 장편소설의 일반적인 가격대에 자리한다. 여름의 한복판에 도착하는 신작인 셈인데, 무더위 속에서 진득하게 몰입할 한 권을 찾는 독자에게는 시기적으로도 반가운 출간이다. 휴가철과 겹치는 7월 하순은 평소보다 긴 독서 시간을 확보하기 좋은 때이기도 하다.
다만 아직 출간 전인 지금 시점에서 구체적인 서사나 인물, 배경을 미리 확정해 말하기는 어렵다. 확인된 사실은 저자와 출판사, 출간일, 그리고 이 작품이 박상영의 데뷔 10년째 장편이라는 것이다. 이 네 가지만으로도 기다릴 이유는 충분하지만, 그 이상을 앞질러 단정하기보다 각자의 기대를 얹어 기다리는 편이 이 책을 만나는 가장 정직한 방법일 것이다.
이 책을 먼저 펼쳐볼 사람
먼저, 박상영의 이전 소설을 읽고 그의 문장과 시선에 이미 신뢰를 보내온 독자라면 이번 장편은 놓치기 어려운 신작이다. 단편에서 보여준 감각이 긴 이야기 안에서 어떻게 확장되는지, 짧은 형식에서 벼려온 문장이 장편의 넓은 화폭에서 어떤 밀도를 유지하는지를 확인하고 싶은 사람에게 특히 그렇다.
박상영이라는 이름은 처음이더라도, ‘지푸라기 왕관’이라는 제목에서 어떤 삶의 아이러니를 읽어낸 사람이라면 이 책은 좋은 입구가 된다. 화려함 이면의 위태로움, 혹은 초라한 재료로 끝내 무언가를 세우려는 사람의 이야기에 마음이 가는 독자라면 더욱 그렇다. 제목 한 줄이 오래 마음에 남았다면, 그 자체가 이미 이 책을 펼칠 이유가 된다. 2026년 여름, 한 작가의 10년이 응축된 첫 장을 직접 펼쳐 확인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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