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19 『계절 쓰기』 리뷰 — 김연수·은유 등 여덟 산문가가 한 계절씩 나눠 쓴 물결점 신간 이미지 출처: 알라딘계절을 나눠 갖는 일여덟 명의 작가가 한 계절씩을 맡아 적었다. 『계절 쓰기』의 출발점은 이 한 문장에 거의 다 들어 있다. 한 사람이 사계절을 차례로 통과하며 기록하는 방식이 아니라, 각자에게 계절이 배정되는 방식이다. 봄을 받은 사람과 겨울을 받은 사람은 같은 책 안에 있으면서도 전혀 다른 온도의 문장을 쓰게 된다. 계절이 소재가 아니라 조건으로 주어진 셈이다.계절은 어떤 글에서든 흔히 등장하는 배경이지만, 그것을 여러 사람이 나눠 갖는 순간 성격이 달라진다. 내게 할당된 것이 여름이라면 나는 여름에 대해 무엇을 말할 수 있는가 — 이 질문 앞에서 작가의 이력과 관심사, 평소의 문체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필자는 여덟 명이고 계절은 넷이니 한 계절을 두 사람이 나눠 맡는 구성으로 짐.. 2026. 7. 25. 부처님 말씀대로 살아보니 - 정신과 의사가 읽어낸 불교, 인생이 가벼워지는 15가지 수업 리뷰 이미지 출처: 알라딘진료실에서 경전 쪽으로 걸어간 정신과 의사『부처님 말씀대로 살아보니』의 저자 토니 페르난도는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실제 진료 현장을 이끌어 온 정신과 의사입니다. 불교를 연구하는 종교학자도, 수행 이력을 앞세우는 출가자도 아닌 임상의라는 사실이 이 책의 성격을 거의 결정합니다. 매일같이 불안과 우울을 호소하는 사람들을 마주하는 자리에서, 저자는 왜 인간의 마음이 이토록 쉽게 괴로워지는가라는 질문을 붙들었고 그 답을 찾는 과정에서 2,600년 전의 가르침으로 눈을 돌렸습니다.그래서 이 책은 신앙 고백이나 포교의 언어로 쓰이지 않았습니다. 저자의 이력이 곧 이 책의 시선이고, 그 시선은 임상에서 출발합니다. 마음의 고통을 다루는 현대적 훈련을 받은 사람이 고대의 텍스트를 열었을 때 무엇이 .. 2026. 7. 24. 영화 「눈동자」 리뷰 – 시력을 잃어가는 사진작가가 쫓는 쌍둥이 동생의 죽음 (신민아 주연 스릴러) 이미지 출처: TMDB어떤 영화인가2026년 6월 24일 개봉한 「눈동자」는 염지호 감독이 연출한 스릴러 영화입니다. 신민아가 주연을 맡았고 김남희, 김영아, 이승룡이 함께 출연하며 이름을 올렸습니다. 제목이 암시하듯 '보는 것'과 '보지 못하는 것'을 이야기의 중심축으로 삼은 작품으로, 시각이라는 감각을 스릴러의 긴장 장치로 끌어들인 설정이 눈길을 끕니다. 무언가를 본다는 행위가 곧 단서 확보이자 위험 감지의 수단이 되는 장르에서, 그 감각 자체가 흔들린다는 전제는 이야기 전반에 불안의 밑그림을 깔아 둡니다.이야기의 출발점은 유전병으로 점차 시력을 잃어가는 사진작가 서진입니다. 세상을 이미지로 붙잡아 온 사람이 정작 그 세상을 눈으로 담을 수 없게 되어가는 아이러니한 상황에서, 그는 쌍둥이 동생의 죽음.. 2026. 7. 21. 별의 아이 리뷰 — 별에서 지구로, 탄생부터 죽음까지를 담담히 따라가는 이야기 (클레어 A. 니볼라 / 대교 신간) 이미지 출처: 알라딘2026년 7월 9일, 대교에서 막 나온 이야기「별의 아이」는 2026년 7월 9일 대교에서 출간된 신간입니다. 지은이는 클레어 A. 니볼라, 우리말로 옮긴 사람은 이상희, 정가는 18,000원입니다. 서점에 올라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책이라 독자들의 감상이 아직 쌓이기 전이지만, 소개 문구만 읽어도 이 책이 어떤 자리를 노리고 있는지는 꽤 분명하게 드러납니다.출발점은 머나먼 우주입니다. 별아이 하나가 지구에 가겠다고 마음먹고, 인간으로 태어나기를 바라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판타지의 문법으로 문을 열지만 그 문 너머에서 펼쳐지는 것은 모험담이 아닙니다. 탄생에서 죽음까지, 인간이라면 누구나 통과하는 구간을 처음부터 끝까지 따라가는 구성입니다.탄생부터 죽음까지를 한 권 안에 담겠다는.. 2026. 7. 20. 「살」 리뷰 – 2025 부커상 수상작, 데이비드 솔로이가 해부한 '방향 잃은 인간' 이미지 출처: 알라딘선택하지 않는 사람을 지켜본다는 것어떤 소설은 주인공이 무엇을 원하는지 뚜렷할수록 읽기가 쉬워진다. 분명한 목표가 있고, 그 목표를 향해 달려가며, 장애물과 부딪히고, 마침내 그것을 손에 넣거나 잃는 이야기 말이다. 독자는 인물의 욕망에 자신의 욕망을 포개며 다음 장을 넘긴다. 그런데 여기 정반대의 인물이 있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 그리고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한 또렷한 감각을 끝내 갖지 못한 채 하루하루를 그저 통과하는 사람. 2025년 부커상을 받은 데이비드 솔로이의 「살」은 바로 그런 인간을 정면에서 응시하는 소설이다.거창한 사건이나 극적인 반전으로 독자를 붙드는 대신, 이 작품은 "결정하지 못하는 삶"이라는 다소 불편한 상태 그 자체를 이야기의 중심에 놓는다. 무언가를 강렬하게.. 2026. 7. 19. 박상영 신작 장편소설 「지푸라기 왕관을 쓴 여자」, 데뷔 10년째 내놓는 첫 페이지 이미지 출처: 알라딘왜 지금 박상영의 이름이 다시 놓이는가2026년 7월 22일, 래빗홀에서 박상영의 장편소설 《지푸라기 왕관을 쓴 여자》가 나온다. 정가 18,800원. 짧은 서지 정보만 놓고 보면 여느 신간과 다를 바 없어 보이지만, 이 책에는 한 작가가 지나온 10년이라는 시간이 얹혀 있다. 박상영은 2016년 문학동네신인상에 단편소설 〈패리스 힐튼을 찾습니다〉가 당선되며 문단에 처음 이름을 올렸다. 그로부터 정확히 10년째가 되는 해에 내놓는 장편이 바로 이 작품이다. 등단작의 제목과 이번 장편의 제목을 나란히 놓아 보면 한 사람의 이름에서 다른 한 사람의 이름으로 관심이 옮겨 간 셈이지만, 그 사이에는 꼬박 10년의 문장이 놓여 있다.그래서 이 소설의 출간은 단순한 신간 소식이 아니라 하나의 매.. 2026. 7. 18. 이전 1 2 3 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