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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책 리뷰21

「살」 리뷰 – 2025 부커상 수상작, 데이비드 솔로이가 해부한 '방향 잃은 인간' 이미지 출처: 알라딘선택하지 않는 사람을 지켜본다는 것어떤 소설은 주인공이 무엇을 원하는지 뚜렷할수록 읽기가 쉬워진다. 분명한 목표가 있고, 그 목표를 향해 달려가며, 장애물과 부딪히고, 마침내 그것을 손에 넣거나 잃는 이야기 말이다. 독자는 인물의 욕망에 자신의 욕망을 포개며 다음 장을 넘긴다. 그런데 여기 정반대의 인물이 있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 그리고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한 또렷한 감각을 끝내 갖지 못한 채 하루하루를 그저 통과하는 사람. 2025년 부커상을 받은 데이비드 솔로이의 「살」은 바로 그런 인간을 정면에서 응시하는 소설이다.거창한 사건이나 극적인 반전으로 독자를 붙드는 대신, 이 작품은 "결정하지 못하는 삶"이라는 다소 불편한 상태 그 자체를 이야기의 중심에 놓는다. 무언가를 강렬하게.. 2026. 7. 19.
박상영 신작 장편소설 「지푸라기 왕관을 쓴 여자」, 데뷔 10년째 내놓는 첫 페이지 이미지 출처: 알라딘왜 지금 박상영의 이름이 다시 놓이는가2026년 7월 22일, 래빗홀에서 박상영의 장편소설 《지푸라기 왕관을 쓴 여자》가 나온다. 정가 18,800원. 짧은 서지 정보만 놓고 보면 여느 신간과 다를 바 없어 보이지만, 이 책에는 한 작가가 지나온 10년이라는 시간이 얹혀 있다. 박상영은 2016년 문학동네신인상에 단편소설 〈패리스 힐튼을 찾습니다〉가 당선되며 문단에 처음 이름을 올렸다. 그로부터 정확히 10년째가 되는 해에 내놓는 장편이 바로 이 작품이다. 등단작의 제목과 이번 장편의 제목을 나란히 놓아 보면 한 사람의 이름에서 다른 한 사람의 이름으로 관심이 옮겨 간 셈이지만, 그 사이에는 꼬박 10년의 문장이 놓여 있다.그래서 이 소설의 출간은 단순한 신간 소식이 아니라 하나의 매.. 2026. 7. 18.
유시민 「유럽 도시 기행 3」 리뷰 — 마드리드·바르셀로나·리스본·뽀르투, 이베리아반도 네 도시의 흥망을 걷다 이미지 출처: 알라딘어떤 책인가유시민 작가의 「유럽 도시 기행 3 -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리스본, 뽀르투 편」은 생각의길에서 2026년 7월 9일 출간되는 도시 여행·역사 에세이다. 정가는 1만 8,900원. 유럽의 주요 도시를 역사와 인물, 예술과 정치의 렌즈로 읽어 온 '유럽 도시 기행' 시리즈의 세 번째 권으로, 이번에는 유라시아 대륙의 서쪽 끝, 이베리아반도의 네 도시를 무대로 삼는다. 앞선 두 권이 유럽 대륙의 중심부를 주로 다루었다면, 이번 3권은 대서양과 맞닿은 반도의 끝자락으로 시선을 옮겨 온 셈이다.제목이 알려 주듯 책이 다루는 곳은 스페인의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 그리고 포르투갈의 리스본과 뽀르투다. 저자는 이 네 도시를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세계사의 한 축을 담당했던 '주역'으로.. 2026. 7. 16.
구병모 「파쇄」 리뷰 — 「파과」의 외전, 킬러 '조각'의 시작을 그린 위픽 첫 단편 이미지 출처: 알라딘손바닥 위에서 완결되는 이야기, 위픽의 첫 문을 열다「파쇄」는 위즈덤하우스가 새롭게 선보이는 단편소설 시리즈 '위픽(WEFIC)'의 첫 번째 작품이다. 장편이 주는 묵직한 몰입과는 결이 다르게, 위픽은 한 작가의 목소리를 짧은 호흡 안에 압축해 담아내는 형식을 지향한다. 긴 서사가 여러 인물과 사건을 겹겹이 쌓아 올리는 방식이라면, 이 시리즈는 그 반대편에서 하나의 장면, 하나의 감정에 초점을 모으는 쪽을 택한다. 그 출발선에 구병모 작가가 섰다는 사실 자체가 이 시리즈의 방향을 짐작하게 한다. 시리즈의 첫 권이 지니는 상징성은 작지 않다. 뒤이어 나올 작품들이 어떤 결을 가질지 가늠하게 하는 기준점이 되기 때문이다. 서사의 밀도를 지키면서도 분량을 덜어낸 단편은, 부담 없이 손에 쥐.. 2026. 7. 14.
헤르만 헤세 『싯다르타』 리뷰 — 우울을 지나 쓴 구도의 성장소설 이미지 출처: 알라딘구도의 여정을 따라가는 성장소설이라는 그릇어떤 소설은 바깥에서 벌어지는 사건으로 독자를 이끌지만, 「싯다르타」는 한 사람의 내면이 어떻게 흔들리고 다시 세워지는지를 축으로 삼는다. 우리가 흔히 성장소설, 혹은 교양소설이라 부르는 형식이 있다. 주인공이 세계와 부딪히며 정신적으로 성숙해 가는 과정을 이야기의 뼈대로 삼는 이 형식은, 눈에 보이는 모험보다 인물이 통과하는 내적 변화에 무게를 싣는다. 헤르만 헤세가 쓰고 박병덕이 우리말로 옮겨 민음사에서 펴낸 이 책은 바로 그 계보 위에 있으며, 소개글은 이 작품을 종교적 성장소설이라 규정한다.그래서 이 책을 펼칠 때 기대할 것은 빠른 전개나 반전이 아니라, 한 인간이 영원을 향해 품는 갈망과 그 갈망이 데려가는 자리다. 소개에 따르면 이 .. 2026. 7. 13.
니체의 초월자 리뷰 — 유튜브 '철학하루' 김철이 편역한 니체 입문서 이미지 출처: 알라딘'철학하루'의 목소리가 책이 되기까지유튜브에서 철학을 이야기하는 채널 '철학하루'를 운영하는 김철 작가의 두 번째 인문서가 나왔다. 「니체의 초월자」는 2025년 10월 28일 출판사 히읏에서 출간된 책으로, 프리드리히 니체가 남긴 사유를 김철 작가가 편역한 형태를 취한다. 저자 표기가 '프리드리히 니체 지은이, 김철 편역'으로 되어 있다는 점이 이 책의 성격을 압축해서 보여준다. 니체의 문장을 그대로 옮겨 오는 데서 그치지 않고, 오늘의 독자가 읽을 수 있도록 고르고 다듬어 엮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지은이 자리에 니체를, 편역 자리에 김철을 나란히 놓은 표기는 원전의 권위와 편집자의 손길이 한 권 안에서 어떻게 만나는지를 그대로 드러낸다.철학을 영상으로 풀어 온 사람이 종이 책으로.. 2026. 7.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