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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책 리뷰

니체의 초월자 리뷰 — 유튜브 '철학하루' 김철이 편역한 니체 입문서

by remember0706 2026. 7.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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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알라딘

'철학하루'의 목소리가 책이 되기까지

유튜브에서 철학을 이야기하는 채널 '철학하루'를 운영하는 김철 작가의 두 번째 인문서가 나왔다. 「니체의 초월자」는 2025년 10월 28일 출판사 히읏에서 출간된 책으로, 프리드리히 니체가 남긴 사유를 김철 작가가 편역한 형태를 취한다. 저자 표기가 '프리드리히 니체 지은이, 김철 편역'으로 되어 있다는 점이 이 책의 성격을 압축해서 보여준다. 니체의 문장을 그대로 옮겨 오는 데서 그치지 않고, 오늘의 독자가 읽을 수 있도록 고르고 다듬어 엮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지은이 자리에 니체를, 편역 자리에 김철을 나란히 놓은 표기는 원전의 권위와 편집자의 손길이 한 권 안에서 어떻게 만나는지를 그대로 드러낸다.
철학을 영상으로 풀어 온 사람이 종이 책으로 넘어올 때 생기는 고민은 분명하다. 짧은 호흡으로 흐르는 영상의 화법과, 한 문장을 오래 붙들고 되새기게 하는 책의 호흡은 결이 다르다. 영상은 화면과 목소리로 흐름을 이어 가지만, 책은 독자가 스스로 속도를 정해 한 문장 앞에 머무르기를 요구한다. 이 책은 그 간극을 '초월자'라는 하나의 키워드로 좁힌다. 방대한 니체 철학을 통째로 소개하기보다, 하나의 개념을 축으로 삼아 독자를 안내하는 방식이다. 여러 저작과 개념을 한꺼번에 늘어놓는 대신 하나의 축을 세워 두었기에, 독자는 길을 잃지 않고 저자가 놓은 이정표를 따라갈 수 있다.

'초월자'라는 말의 오해를 걷어내다

제목만 보면 '초월자'라는 단어가 다소 거창하게 느껴질 수 있다. 신적인 존재, 혹은 남들과 격이 다른 특별한 사람을 떠올리기 쉽다. 초월이라는 말이 품은 '넘어선다'는 어감이 곧장 위계의 꼭대기를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이 책은 바로 그 오해를 걷어내는 데서 출발한다. 책이 말하는 초월자란 신이 되는 것도, 남보다 우월한 존재가 되는 것도 아니다. 내가 옳다고 믿는 길을 스스로 선택하는 삶, 그것이 이 책이 정의하는 초월자다.
이 정의는 니체 철학의 핵심을 일상의 언어로 끌어내린다. 니체를 처음 접하는 독자가 '초인'이나 '위버멘쉬' 같은 용어 앞에서 막막해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은 그 개념을 '스스로 선택하는 삶'이라는 실천적 문장으로 바꿔 놓는다. 번역어의 낯섦에 걸려 넘어지기 전에, 그 말이 가리키던 태도부터 손에 쥐여 주는 셈이다. 거창한 형이상학의 문제가 아니라, 오늘 내가 무엇을 기준으로 결정을 내리는가의 문제로 니체를 데려오는 셈이다.
그래서 이 책의 초월은 저 멀리 도달해야 할 목표가 아니라, 지금 여기서 시작할 수 있는 태도에 가깝다. 남이 정해 준 정답을 따라가는 대신 내 판단의 무게를 스스로 지겠다는 결심, 그 지점을 책은 반복해서 짚는다. 초월이 완성해야 할 상태가 아니라 매 순간 다시 선택하는 과정으로 놓이기에, 독자는 자신을 그 문장 안에 어렵지 않게 대입해 볼 수 있다.

원문을 옮기지 않고 '엮은' 책

이 책을 읽을 때 염두에 두면 좋은 것이 '편역'이라는 형식이다. 완역서가 니체의 저작 한 권을 통째로 옮긴다면, 편역서는 여러 문장과 사유를 편집자의 관점으로 골라 새로 배열한다. 「니체의 초월자」는 니체의 사상 중에서도 '스스로 선택하는 삶'이라는 주제에 초점을 맞춰 문장을 고르고 엮은 책이라 볼 수 있다. 어떤 문장을 남기고 어떤 순서로 놓을지 정하는 편집의 판단 자체가, 이 책에서는 하나의 읽기 방식으로 작동한다. 그래서 같은 원문이라도 어떤 관점으로 엮느냐에 따라 독자가 처음 만나는 니체의 얼굴이 달라진다.
이 방식은 장점과 한계를 동시에 지닌다. 니체를 학문적으로 원전 그대로 파고들려는 독자에게는 완역서가 더 맞을 수 있다. 문맥이 잘려 나가거나 편집자의 관점이 개입하는 지점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니체가 왜 지금도 읽히는지, 그의 문제의식이 내 삶과 무슨 관계가 있는지를 먼저 잡고 싶은 독자에게는 이렇게 하나의 주제로 정돈된 편역서가 좋은 출입구가 된다. 영상으로 철학을 전해 온 저자의 이력을 떠올리면, 어려운 원전을 '들어올 수 있는 문'으로 바꾸려는 의도가 자연스럽게 읽힌다. 채널에서 어려운 개념을 풀어 설명하던 방식이 책의 편집 원리로 옮겨 온 셈이다.

남의 기준에 지친 사람에게

16,900원이라는 가격의 이 책은, 니체라는 이름은 익숙하지만 막상 그의 책을 끝까지 읽어 본 적은 없는 사람에게 특히 잘 맞는다. 두꺼운 철학서를 펴 들었다가 용어의 벽에 막혀 덮은 경험이 있다면, 하나의 개념을 축으로 삼아 안내하는 이 책의 구성이 부담을 덜어 줄 것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의 물음을 따라가면 되기에, 어디까지 이해했는지 가늠하지 못해 길을 잃는 일이 줄어든다. 철학하루의 영상을 즐겨 보던 구독자라면 저자의 목소리를 문장으로 다시 만나는 반가움도 있을 법하다.
무엇보다 이 책은 삶의 기준을 바깥에 두고 살다가 지친 사람에게 말을 건다. 다른 사람의 시선과 사회가 정해 준 성공의 공식을 따라가느라 정작 '내가 옳다고 믿는 길'이 무엇인지 잊고 지냈다면, 초월자라는 개념은 다시 그 질문을 꺼내 놓게 만든다. 바깥의 기준을 버리라고 다그치는 대신, 그 기준이 정말 내가 고른 것인지 되묻게 하는 쪽에 가깝다. 결론을 대신 내려 주기보다, 스스로 선택하는 힘을 되찾도록 밀어 주는 책이다.

초월자가 된다는 것은 특별한 누군가가 되는 일이 아니라, 내 길을 스스로 고르는 사람이 되는 일이다.

니체를 처음 펴는 독자에게는 입문의 문으로, 이미 니체를 아는 독자에게는 익숙한 사상을 '선택하는 삶'이라는 각도에서 다시 보게 하는 계기로 삼기 좋은 책이다. 거창한 초월을 약속하지 않고, 오늘의 선택 하나에서 출발하자고 말하는 태도가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이다.